지난 2월 북한산 우이령길을 걸었다. 그런데 3월 4일 부로 우이령길을 예약 없이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평일에 한해서이지만 그날 걸었던 호젓함은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새삼 호젓하게 걸었던 2월 우이령길을 추억해 본다.
✅ 목차 1. 북한산 우이령길 우이령길은 북한산 둘레길 21구간 소 귀를 닮아 '우이령(牛耳岺)' 2. 평일예약제 폐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었던 우이령길 평일에 한해 예약없이 입산 가능 3. 호젓했던 2월의 우이령길 4. 2월 우이령길 포토스케치 5. 뒤풀이는 우이역 근처 맛집 '북한산 고기농장' 에서 6. 마치며 |
북한산 우이령길
우이령길은 북한산 둘레길 21구간
우이령길은 북한산 둘레길의 마지막 구간으로 북한산 둘레길 21구간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둘레길'이 아닌 종단길이다. 도봉산과 북한산을 가로지르는 령(고개)이 우이령인 것이다.
우이령길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과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를 연결하는 총 6.8km의 길로 원래 6·25 전쟁 중 미군의 작전 도로로 개설된 길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차량 통행이 가능한 넓이의 비포장도로인데, 양주 구간과 서울 구간의 중간쯤에 우이령이 있다.
소 귀를 닮아 '우이령(牛耳岺)'
우이령이라는 이름은 '소 귀를 닮은 고개'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 느낌을 실감할 수는 없었다. 우이령 정상에선 삼엄하게 서 있는 대전차 방호벽을 만날 수 있었을 뿐이다.
평일, 사전예약제 폐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었던 우이령길
우이령길은 1968년 무장공비 청와대 침투사건(김신조 사건) 이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2009년 7월, 탐방예약제를 실시하며 사전예약자에 한해 부분 개방되었다. 하루 방문객 수 또한 제한되어 양주 쪽 교현탐방센터와 서울 쪽 우이탐방센터에서 각각 595명으로 제한되었다. 모두 인터넷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했고, 신분확인(QR코드) 절차를 거쳐 입산할 수 있었다.
평일에 한해 예약 없이 입산 가능
그러던 것이 2024년 3월 4일부터 평일에 한해 예약 없이 입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이는 비수기 평일에 한하는 것으로, 특히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9월부터 11월까지의 성수기에는 평일이라 하여도 사전예약제가 적용된다. 또한 시기에 관계없이 주말, 공휴일은 여전히 예약을 해야 한다.
호젓했던 2월의 우이령길
평일은 아니었지만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월의 주말이었다. 더구나 우이령길은 사전 예약을 해야만 입산할 수 있는 번거로운 코스였기에, 2월 우이령길을 찾았을 땐 호젓함과 한산함 자체였다.
누군가 묻는다.
"멋지지만 인파 붐비는 산과, 조금 덜 멋지지만 한적한 산 중, 어디를 택할래?"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조금 덜 멋지지만 한적한 산!"
2024년 2월의 우이령길이 그러하였다. 더구나 우이령길은 꽤 멋진 산이었다. 오봉의 멋진 자태가 선물처럼 주어지니 말이다. 또한 겨울 비포장도를 걷는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함이었을까? 석굴암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 우이령까지의 양주 구간은 온통 빙판이었다. 내리막길이면 엉덩이썰매 타기 딱 좋은 길, 그러나 오르막이니 살금살금... 그 또한 재미였다.
그랬다, 그만하면 꽤 멋진 산이었다. 가을이면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봄이면 또 얼마나 청량한 느낌일까? 기대하게 만들던 코스였는데 이제 그 호젓함은 영영 없지 싶다. 산은 계절을 만나 더 멋져지겠지만.
2월 우이령길 포토스케치
다음은 호젓하게 걸었던 2월 우이령길 포토스케치. (촬영기종:갤럭시 노트 8)
사전예약자의 QR코드를 스캔해 인식시키면 나머지 멤버들은 그냥 패스. 신분증도 필요 없었다.
인터넷에 정보가 엇갈려 신분증을 갖고 가야 하는지 헷갈렸는데, '원래 국립공원 탐방예약제는 예약자의 신분증을 필요로 하지만 북한산 우이령길에 한해 신분증 없이도 가능하다'라고 했다.(이날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직접 확인한 내용). 이는 앞으로도 주말 및 성수기시 적용될 사항이라 본다. 다만 비수기 평일에 한해 사전예약 없이 이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봉산 석굴암은 긴 거리는 아니지만 제법 가파른 길을 올라간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오전 잠깐 걷고 점심 식사를 맛있게 하는 데에 나름 의미를 두는 팀이라, 석굴암은 패스하기로 했다. 석굴암에서의 멋진 조망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며.
오봉산 석굴암
대한불교 조계종 제25교구 본사 봉선사 말사이자 북한산 국립공원 내 제일의 나한기도도량 천년고찰 석굴암은 위용을 자랑하는 오봉산 다섯 봉우리와 관음봉 중턱에 자리하여 아름다운 경치와 기도 가피 영험을 자랑하는 천혜의 명당이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하였으며, 고려시대 나옹왕사와 조선시대 설암대사의 뒤를 이어 근현대에는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분인 백용성선사를 도와 독립운동을 하신 동암선사 등 수많은 선지식들이 주석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폭격에 의해 폐사가 된 것을 초안대종사께서 재 창건하였다. 1954년 6월 5일, 세수 28세로 석굴암에 오셨을 때에는 대지 한 평도 없었고, 법당은 정말 전소되었으며,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석굴 안에는 전화로 인해 아미타불, 지장보살, 나한님과 수구성취다라니 목판만 남아 나뒹굴고 파손되어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초안스님이 약 45년간 재창불사의 원력을 세워, 그 결과 석굴 확장, 대웅전 신축, 삼성각 및 요사채 증축 불사를 이룩하여 현재의 면모를 갖추었다.
대작불사의 원만 회향을 진행하던 중 1998년 7월 2일 초안 대종사는 애제자 도일스님에게 석굴암을 부족하고 열반에 드셨다. 현 주지 오봉도일스님은 은사 초안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석굴암 중창불사를 위해 산문 밖 출입을 금하고 세 차례나 지극정성으로 삼천 일 기도를 봉행하였다.
부처님의 가피력과 스님의 기도 원력으로 토지 152평에 불과했던 석굴암은 2만여 평을 새로 매입하는 한편, 임야 가운데 종교부지 2천여 평을 확보하였으며, 마애불과 적멸보궁, 사리탑을 건립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템플스테이관과 시민선방을 마련하려는 원력을 세웠다. 그리하여 불사뿐만 아니라 시민 누구나 와서 수행하고 정진하는 기도처로 자리매김하겠다.
우이령에서 보는 오봉의 유래
우이령 길에 인접한 오봉은 다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오봉(660m)'이라 부르는데, 거기에는 특이한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한 마을에 살던 다섯 총각이 원님의 어여쁜 외동딸에게 장가들기 위해 상장능선(오봉과 마주한 뒤편의 능선)의 바위를 오봉에 던져 올리는 시합을 해서, 현재의 다섯 봉우리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
지도에서 보면 양주 쪽은 북쪽이고 서울 우이동쪽은 남쪽이다. 겨울철 산행에선 그저 놀라운 것이 태양의 위력이라, 양주방향 길은 이렇게 빙판길, 우이령을 넘어서면서부터 서울방향으로 접어들자 거짓말처럼 뽀송한 흙길이었다.
가곡 '바위고개'가 우이령길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다.
우이령길 문화 - 바위고개
"바위고개는 한국의 슈베르트라 불리는 이흥렬(李興烈, 1907~1980) 선생이 작사 작곡을 한 서정적이며 정감 있는 가곡으로 메조소프라노 백남옥 씨가 불러 만인의 가슴속을 파고 들었던 노래다.
"바위고개가 어느 고개냐는 질문에 이흥렬 선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상징적인 고개이며, 삼천리 금수강산 우리의 온 국토가 바위고개"라고 말했지만, 이 지역에서는 우이령을 지칭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곡 '바위고개'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님이 그리워 눈물 납니다.
고개 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님
그리워 그리워 눈물 납니다.
바위고개 피인 꽃 진달래꽃은
우리 님이 즐겨 즐겨 꺾어주던 꽃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님이 그리워 하도 그리워
십여 년간 머슴살이 하도 서러워
진달래 꽃 안고서 눈물집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공병대의 작전도로로 사용되었다는 개통기념비 안내판
유사시 콘크리트벽을 무너 뜨러 대전차의 진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대전차 장애물.
이 지점이 우이령 정상으로서, 고개를 넘으면 서울권으로 진입하게 된다.
교현리로부터 3.5km 왔다. 안내도엔 우이동 1.0km라고 나와있지만 우이역까지 가려면 2.3km를 다시 추가해야 한다.
정말 거짓말처럼 얼음이 없다. 양주 방향은 유격장부터 내내 빙판길이었는데, 서울길은 남향, 뽀송한 흙길이었다.
안내도는 북한산 우이역까지 가려면 다시 2.3km를 더 가야 한다고 알려준다. 양주 교현으로부터 4.5km를 왔다. 우이령길 전체 길이는 6.8km. 넓고 고른 길이라 빠른 걸음으로는 2시간, 느린 걸음으로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계곡 식당에서 인공 분수를 만들어 얼음조형을 만들어 두었다. 겨울 낭만, 운치를 아는 분.
뒤풀이는 우이역 근처 맛집 '북한산 고기농장'에서
오늘 점심 맛집은 북한산 고기농장. 많은 메뉴가 있었지만 우린 두툼 삼겹살로 했다.
맛있는 삼겹살을 원한다면 북한산 고기농장을 강추한다. 정말 맛있었다. 덧붙여 이 고기농장은 거의 '콜라박물관'급으로 콜라를 수집해 놓고 있다는 거.(파주헤이리에는 진짜로 콜라박물관이 있는데, 거기와도 잘 아는 사이라고^^)
마치며
별러 갔던 길, 공교롭게도 다녀온 다음 달부터 북한산 우이령길 예약제가 폐지되었다. 비수기 평일에 한해서긴 하지만 '사전 예약'이라는 번거로움이 없어졌으니, 많은 이들이 쉽게 찾을 것 같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다. 그러나 완만한 경사,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길이다. 더구나 차량이 교행할 수 있을 정도의 널찍한 비포장도로니 그야말로 산책길 수준이다. 문득 나타나는 오봉의 아름다운 자태는 보너스. 아무 생각 없이 소요하기 좋은 길로 우이령길을 추천한다. 좋은 계절에 가면 또 얼마나 멋진 모습일까,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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