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지형을 살려 건물을 배치함에 따라 한국적 조형미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 그 창덕궁에 봄이면 수령 깊은 두 그루의 홍매화(만첩홍매)가 관람객을 불러 모읍니다. 3월 23일 현재, 개화 상태를 보고 왔습니다.
창덕궁 홍매화는 만첩홍매
창덕궁에는 두 그루의 홍매가 있는데, 모두 만첩홍매로 수령 400년으로 추산합니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만개해 그 자태를 뽐냅니다.
만첩홍매(萬疊紅梅)
만첩홍매란 여러 겹의 꽃잎이 겹쳐 피어나는 홍매 종류를 말합니다. 여느 매화보다 일찍 피어나며 그 화사함과 화려함은 일반 매화의 새초롬하고 고고한 자태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뭐랄까, 마치 수양벚꽃과 벚꽃의 차이 같고, 벚꽃과 겹벚꽃의 차이 같다고나 할까요? 만첩홍매는 그만큼 화려하고 풍성합니다.
성정각(誠正閣) 앞 만첩홍매, 성정매(誠正梅)
성정각의 자시문(資始門) 앞에 오래된 매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바로 성정매입니다. 성정각 앞에 있다고 해서 성정매로 불리며, 수령 400년이 된 나무입니다.
성정매는 조선 선조 때 명나라에서 보내준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언뜻 나무는 수령에 비해 작아 보입니다. 그건 성정매의 원줄기가 혹한으로 고사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기역자(‘ㄱ’)로 꺾어진 담장 밖 좁은 땅이라서일까요, 조금은 옹색하게도 느껴집니다.
그래도 나무는 오랜 세월 꿋꿋이 버티며 고목에서 튼실한 곁가지를 뻗어냈고 가지는 어느덧 높이 4m의 키를 세우며 담장 안(성정각 내) 살구나무와 어우러져 이맘때 봄이면 멋진 앙상블을 이뤄냅니다.
승화루(承華樓) 앞 만첩홍매
승화루 만첩홍매 역시 성정매와 같은 시기에 심어져 수령 400년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두 그루의 매화는 거의 서로 마주 보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모두 후원(後苑)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창덕궁의 가장 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봄이면 홍매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승화루(承華樓)와 삼삼와(三三窩), 그리고 칠분서(七分序)를 배경으로 비교적 넓은 터, 양지바른 곳에 심어져 있는데, 그래서일까요? 승화루 만첩홍매의 화사함은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너른 터에 마음껏 가지를 뻗은 나무는 숨길 것 없다는 듯 자태를 뽐냅니다.
고혹적인 자태에 상춘객들은 자리를 뜰 줄 모릅니다.
한 사람이 가면 또 다른 사람이 들어가고, 좀처럼 깨끗한 프레임을 잡아 내기가 쉽지 않아, 덕분에 오래 보고 왔습니다.
여기는 창덕궁 안 역세권?
만첩홍매 두 그루가 서 있는 곳은 카페와 화장실이 있고 후원과 낙선재로 가는 갈림길 영역입니다.
전각 관람 내내 마땅히 앉을 벤치도, 화장실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여기까지 오느라고 애쓰셨습니다. 여기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카페 ‘사랑’이 바로 곁에 있습니다. 그곳에서 물과 음료 등을 구입하거나 마실 수 있습니다.
근처에 후원으로 가는 입구가 있으며(후원은 별도 예약 필요) 낙선재로 가는 갈림길이도 합니다.
또한 창경궁으로 오갈 수 있는 함양문이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아래 배치도 참고하세요)
낙선재 방향으로 가면 초입에 우측으로 화장실이 나타나고(전각 내 유일. 후원에 별도 하나 있음) 다리 쉼 할 수 있는 벤치도 여럿 있습니다.
창덕궁 꼼꼼 여행 중이라면 전각을 둘러본 후, 이곳에서 중간 휴식을 취한 후 낙선재 여행을 이어가면 좋습니다.
창덕궁 홍매화 만나러 가는 길
헤매지 않고 만첩홍매 만나러 가는 법. 먼저 창덕궁의 구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경복궁의 전각들이 일직선으로 배열된 구조인 것과는 달리 창덕궁은 자연지형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어 꺾어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메인 궁이라 할 수 있는 정전인 인정전, 편전인 선정전 등이 길 한쪽 옆으로 배치돼 있고, 오히려 금천교를 지나면 후원입구, 낙선재로 곧장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다 보니 후원이라 하여도 입구에서 멀지 않습니다. 5분 ~10분 소요.(지도에서 '검은색 점선 화살표)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에 들어선 후 조금 가면 금천교가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인 창덕궁 금천교, 이 돌다리를 꺾어 돌면 진선문(進善門)이 나타나고, 멀리 숙장문(肅章門 )이 보입니다. 그 사이엔 좌측으로 메인 궁이라 할 수 있는 인정전으로 가는 인정문, 선정전으로 가는 선정문 등이 보이지만 일단 홍매화를 보고자 한다면 통과해 숙장문까지 갑니다.
정문에서부터 약 5분~10분 정도 걸었을까요?
숙장문을 통과해 희정당을 지나쳐 조금만 더 가면 위에서 말한 ‘역세권(갈림길)’ 구간입니다. 직진 방향이 낙선재로 가는 길이고, 좌로 꺾어지는 길이 후원으로 가는 길인데, 바로 그 모퉁이에서 오늘의 두 주인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편 창덕궁은 창경궁과 함께 동쪽에 있는 궁궐이라 하여 ‘동궐’이라 불리었습니다.
이는 동궐도에 잘 나타나 있는데 (동궐도에 관한 설명은 ‘동궐도’로 보는 창덕궁 편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동궐도에서 시사하듯 창덕궁은 정문인 돈화문으로 입장할 수도 있지만 창경궁과 연결된 함양문으로도 진입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창덕궁과 창경궁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어 굳이 정문으로 나가지 않아도 함양문을 통해 두 궁을 오갈 수 있습니다.
창경궁에서 바로 창덕궁으로 넘어오려면, 명정전, 경춘전, 통명전 방향으로 온 다음 언덕 위에 있는 함양문 매표소로 진입하면 됩니다.(입장료 3천 원)
마치며
2023년 3월 23일 기준, 창덕궁엔 막 개화를 시작한 만첩홍매 말고도, 살구나무꽃, 미선나무꽃, 산수유꽃, 자두나무꽃이 만개하고 있었고 그 외 청매, 백매, 홍매 등이 개화를 시작하고 있었고, 또 후원 화계의 많은 화초들이 움을 틔우고 꽃망울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바야흐로 창덕궁에 백화난만 꽃잔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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